1231

Posted by 파리티
2023. 12. 31. 02:25 잡담
728x90
반응형

이따금 나는 후회를 하곤 한다. 그때 내가 갑자기 내 얼굴 사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하면서.

나는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분이었으니까.

그러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당황할 수도 있으리라는 걸 간과했다.

격양된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내 세상도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책이 심했다. 솔직히 뜬금없이 얼굴 사진을 보내면 누가 좋아하겠나.

한동안 그 감정에 매몰되었던 것 같다. 앞에서는 사과도 하고 괜찮은 척 해도, 누가 안 볼 때 나는 어딘가 어긋난 인형처럼 삐그덕거렸다.

수습을 하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얼른 수습하려고 내면을 들여다보려 할 때는, 깨진 유리같은 내면 너머의 새까만 심연과 항상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때면 나는 공허함에 빠져들었다. 자꾸만 멍해졌다.

나중 가서 점점 깨달았던 건, 순식간에 빠져든 만큼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공허하고 멍해졌다는 것.

근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지껏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이뻤으니까. 인형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을 정도로.

그래서 열심히 일하거나, 취미로 프로그램 만지고 개꿀잼 쌀먹을 하면 잠깐은 잊어도 아예 잊어지진 않는다.  이게 웃긴 게 자학이 되더라. 마치 손바닥에 박힌 굵은 가시를 뺐더니, 다시 기억으로 굵은 가시를 만들어서 손바닥에 도로 박는 느낌이라.

그냥 내게 그녀는 그렇게 커다란 사람이었거니, 하고 지내는 중.



728x90
반응형
SMALL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1.05  (0) 2024.01.05
1228  (0) 2023.12.28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챗봇 구현  (0) 2023.11.17
크몽 서비스 등록 완료  (0) 2023.09.01
운영하는 톡방의 인원수가 드디어 100명을 넘었어요  (0) 2023.08.30